맞습니다. 곤지암의 그녀. <안녕하신가요> 박지현 편
'안녕하신가요' 흔한 인사말이지만 우리는 나무와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묻기로 했습니다. 당신은 정말로 '안녕'하냐고. 종일 함께 일하고 얘기 나누는 나무엑터스의 새삼스러운 안부 묻기 프로젝트. 다섯 번째 안부 인사는 가을이 막 시작되는 어느 날, 한남동의 카페에서 박지현 배우와 함께 했습니다. Q. 안녕하신가요?
음... 졸려요. 너무 일러요. 저에겐 이 시간이... (박지현을 만난 시간은 오전 11시였다.) 사실 저는 정말 올빼미형이라 일 없을 때는 평균 기상 시간이 오후 3시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안녕하지 못해요. 물론 평균적으로 안녕한데... 다들 안녕하다고 했지만 너무 똑같으면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솔직하게! Q.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촬영이 끝나서! 네일아트 했구요. 여행을 가려고 계획하고 있어요. Q.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이 얼마 전에 끝났어요. 촬영장은 어땠나요?
저는 이렇게 많은 또래 배우들과 촬영하는 게 처음이라서 너무 즐겁고 재밌었어요. 세경 언니를 만나서 너무 좋았고 배울 점도 너무 많았고요. 사실 오늘이 마지막 방송일이라 드라마가 끝났다는 실감은 잘 안 나는 거 같아요. Q. 촬영이 끝났는데 이제 뭐 할지 생각 좀 해봤어요?
없어요. 딱히. 일단 많이 자구... 저는 본능적으로 살고 싶어요. 사실 스케줄을 하다 보면 본능적으로 살지 못하잖아요. 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촬영 끝났으니까 이제는 눈이 떠질 때 일어나고 졸릴 때 자고 그런 삶을 살고 싶어요. Q. 여행은 어디로 가세요?
모르겠어요. 유럽이나 미국을 가고 싶은데...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Q. 혼자는 어때요?
혼자 가려고도 생각을 해봤는데 '혼자 가면 과연 가치있게 돈을 쓰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돌이켜 보면 저는 여행이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누구랑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했던 거 같아서요. Q. 계획은 있어요?
계획을 세워서 여행하는 편이 아니라. 비행기 끊고 가면 그게 여행이죠. 저는 사실 구경을 하거나 뭐 어딜 가거나 그런 걸 좋아하지 않아요. 한 도시에 오래 있는 걸 좋아해요! 맛집, 박물관, 유적지 가는 것 보단 그냥 걷거나 하는 게 좋아서 딱히 계획이랄 게 없어요.
Q. 무계획으로 가는 거네요?
살러 가는 거죠. 짧게 살러 가는 것 같아요. 지내다 보면 익숙해지잖아요. 그 동네가 익숙해지는 느낌 그런 게 좋아요. Q. 게임도 잘하고, 성격도 굉장히 털털해요. 보이는 것과 달라요.
제가 이미지가 처음 봤을 때 차갑고 무섭잖아요. 근데 그건 정말 외형이고... 편한 걸 좋아하고 어려운 상황을 너무 싫어해요. 외모랑 다르다고는 말하는 것 같아요. 근데 말 한번 섞어 보시면 안 그런 거 아실 거예요. Q. 그러고 보니 예전에 롤 엄청 한다고 했던 게 생각나요. 아직도 롤 해요?
아직도 많이 해요. 배그도 하구요. 저는 사실 이런 말 하면 사장님이 싫어하시겠지만 게임이라는 취미가 제 인생에서는 되게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취미거든요. 힘든 시기를 보낼 때 되게 많이 의지가 됐던 취미구요. 지금도 생각이 많을 때 게임이나 베이킹을 하면 생각이 사라져요. Q. 그럼 요즘 게임은 뭐 어떤 거 해요?
롤, 배그 딱 두 개 하구 핸드폰 게임은 동물원 만드는 게임을 하고 있어요. '와일드 스케입스'라고... 제가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데 막상 동물원에 직접 가는 건 귀찮기 때문에... Q. 우리 시리즈는 자연인 박지현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래도 궁금해요. 직업인 배우로 지금까지 꽤 괜찮은 작품들은 한 것 같아요. 그런 성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저는 막 성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편인 거 같아요. 미래에 대해서도 막 배우로서 계획이 있어서 막 '이런 배역을 해야겠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요. 과거를 돌이켜보면 '연기를 해왔다'라는 생각만 드는 거 같아요. 물론 더 큰 역할을 맡게 되면 부담감이 생기겠지만 아직은 뭐 딱히... 그런 거는 없고 주어진 인물을 수행하고 이런 느낌이랄까요?
Q. 그럼 배우로 어떤 계획을 세우지는 않나요?
네. 저는 안 세워요. 배우라는 직업은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괜한 기대는 제가 힘들어져요.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된 거 같아요. 계획이라는 걸 거창하게 해놨다가 안되면 저는 실망할 거고 그럼 힘들어지니까요. 그냥 저를 찾아주시는 감독님, 인연으로 만나게 되는 작품들 속에서 해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겸손하시네요?
이거는 겸손한 게 아니라 살아남는 방식을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억지로 만들어낸 체내 방식인 거 같아요. Q. 넷플릭스 즐겨본다고 들었어요. 추천해줄 만한 컨텐츠가 있나요?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인비저블 게스트라고 한국말로 세 번째 손님이라는 영환데. 정말 대단해요, 미쳤어요. 살인한 방에서 남자랑 여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가 기절을 해요. 근데 이 둘의... 줄거리 말해도 돼요? (된다고 하자, 박지현은 그 후 약 5분간 영화의 줄거리를 상세하게 설명해줬다. 모든 결말과 반전을 스펙타클하고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 영화는 반전영화인데!) 꼭 보셔야 해요! 인비저블 게스트 보고 충격받아서 천재다 싶어서... 이 감독님 영화 다 찾아봤는데 다른 건 재미없더라구요. Q. 지현씨의 인스타그램은 감성이 아주 낭낭해요.
제가요? 저는 인스타 진짜 못해요. 일단 저는 일상에서 제 사진을 찍지 않구요. 화장도 안 하고 맨날 모자 쓰고 그래서 평소에 맨날 찍어서 올릴만한 게 없어서 대부분 일할 때 사진이에요. 인스타를 예쁘게 하려고 해도 게을러서 못해요. Q. 사진은 뭘로 찍어요?
사진은 아이폰 엑스 맥스로 찍고 라이카 큐로 찍고 있어요. Q. 반려견 사진 좀 많이 올려주세요.
강아지 사진들이 반응이 안 좋아요. 강아지 사진을 올리면 언팔 수가 늘어나는 거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저도 인스타라는 매체로 저를 피알 해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룽지 휴지 사진을 막 올리고 싶어서, 정말 지인들만 팔로우 되어있는 반려견 계정을 만들었어요. 거기에 올려요. Q. 휴지와 룽지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처음에는 요만한 푸들 한 마리가 저한테 너무 앵기는 거예요. '날 데려가' 막 이렇게. 그래서 데려왔어요. 그게 룽지구요. 그리고 그 이후 한 달 만에 휴지를 데려왔어요. 3년째 키우고 있어요. 이렇게 두 마리 키우는데 아쉬운 건 있는 게, 한 마리였다면 더 잘 올인해서 사랑을 줄 수 있었을 텐데 두 마리라서 사랑이 약간 분산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아! 그리고 처음에 룽지를 데려와서 훈련을 잘 시켜놨어요. 근데 휴지를 데려와서 훈련을 시키려는데 옆에서 룽지가 옆에서 계속 자기가 하고 간식 받아 가서... 그래서 휴지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예요. 근데 그게 또 휴지 매력이구요. Q. 요즘 취미는 어떻게 되나요?
요즘은 요리예요.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해먹고 있어요. Q. 요리하는 모습 브이로그하면 잘하실 거 같아요.
저도 알아요. 제가 잘 할 거 아는데 저는 게을러서... 저는 게으른 사람이에요. Q. 누구꺼 보세요?
제가 구독하는 크리에이터 100명은 돼요. 세경 언니 것도 보구요. 게임 방송하시는 분도 보구요. 최근에 많이 보는 건 요리비책! 백선생님 영상 많이 보고 있어요. Q. 요리는 어떤 거 해요?
다 해요. 알고 보니 제가 요리에 소질이 있더라구요. 찌개나 국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 정말 쉽더라구요. 그래서 최근에 된장찌개 , 김치찌개, 부대찌개! 너무 맛있는 거 같아요. 백종원 선생님 말씀대로 하면 다 되더라구요. Q. 그 외에 요즘 특별한 관심사가 있는지 궁금해요.
동물! 동물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고 있어요. 이게 넷플릭스에서 최근에 '우리의 지구'라는 다큐를 봤어요. 세렝게티 초원인데 표범 사슴이 싸우는 걸 막 서로 바스트를 걸고 찍더라구요. 'CG 아니야?' 싶을 정도로! 다큐의 수준이 엄청 대단한 거 같아요. 그러면서 보는 게 너무 재밌는 거 같아요. Q.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류의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이게 동물 때문이에요. 빙하가 녹으면서 정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거든요. 빙하가 해를 반사시켜주기 때문에 지구의 온난화를 막아주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동물들의 서식지도 사라지고 하니까요. 제가 뭘 봤냐면요. 바다표범이 있어요. 그 친구들이 빙하에서 서식을 하는데 빙하가 자꾸 녹으니까 막 절벽 같은 섬으로 가는 거예요. 몇백 마리가 모여있어서 좁으니까 얘네들이 절벽 같은 섬에 올라간 거죠. 올라갈 때는 잘 올라가요. 그런데 절벽을 내려올 때 떨어져서 죽는 거예요. 인간들이 죽인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요. Q. 음악은 뭐 들어요?
저는 음악을 거의 안 들어요. 신기하죠? 음악이 주는 감정, 정서, 신남, 우울, 슬픔, 행복, 희로애락이 있다는 걸 다 아는데... 저는 그냥 일상적인 소리가 더 좋아요. 저는 음악 들을 때는 딱 하나. 러닝머신 뛸 때랑 또 하나는 내가 부를 때. Q. 부르려면 들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잘 못 불러요. 안 듣고 막 부르니까. 보이스에 대한 한계를 느끼면 열받아서 안 불러요.. 적절히 불러줘야 돼요. 저는 사실 노래를 내가 부르는 것보다 립싱크 하는 걸 좋아해요. 계속 립싱크 하다 보면 늘거든요. 그리고 나중에 원곡을 들을 기회가 있으면, '아, 이런 노래였구나'하면서 저만의 노래를 수정하는 거죠.
Q. 살면서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뭔지도 궁금해요.
곤지암. 제일 많이 봤어요. 영화관에서만 여섯 번 봤구요. 친구들 데려가서 보고 드라마같이 했던 배우들이랑 보고 집에서도 VOD로 본적도 있었고 추석 특집으로도 많이 해주거든요. 그럴 때 몇 번 봤어요. Q. 나무의 누군가 지현씨 더러 ‘편견이 없는 사람 같다’라고 말했어요. 동의하나요?
없어요. 모든 대상에 대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편견이라는 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대상에 대해서 갖게 되는 인식 같은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저만의 편견이라는 게 따로 있는 거 같아요. 사람이나 물건을 만났을 때 저만의 느낌을 잡는 거 같아요.
Q. 예를 들면요?
'어떤 사람을 봤을 때 이 사람은 왠지 커피를 안 마실 거 같다.' 이게 맞든 안 맞든 중요한 건 아니구 이건 편견이 아니구... 아무튼 저는 상관없어요 모든 게. 저는 살면서 저한테 상처만 안 주면 상관없거든요. 근데 저한테 상처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없어요. 특히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는 상처받지 않는 거 같아요. 그래서 상관없는 거 같아요. Q.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지현씨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을 정말 잘 챙기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그렇게 주변 사람들을 계속 챙길 수 있게 하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막 의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좋거든요. 제가 막 어렸을 때부터 선물 주고 만들어서 갖다 주고 이런 걸 좋아했어요. 싫다 해도 억지로 주는 스타일 있잖아요. 사진도 저를 찍는 것보다 남을 찍으면 사진을 선물할 수 있잖아요. 요리나 베이킹을 좋아하게 된 계기도 그래요. 요리를 해서 언니를 먹인다거나 베이킹해서 쿠키를 만들어 준다거나... 이 취미들이 타인에게 뭔가 주기 위한 취미들인 것 같아요. 그냥 제 성향이 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거 같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Q. 타인에게 친절한 편인가요?
가식적으로 대하거나 예쁜 말을 잘 못해요. 굉장히 편하게 대하려고 하지... 저는 그게 애정 표현 방법이기도 하거든요. 편하게 대하는 것. 일부러 친절하고 착하게 대하진 않는 거 같아요. 어색한 걸 깨기 위해서 편하게 다가갈 뿐. Q. 안녕하지 못한 상황은 무엇일까요?
집 밖을 나가는 게 일을 제외한 집 밖을 나가는 게 저한테는 굉장히 에너지 소비라서 저는 집안에서만 안녕한 거 같아요. 저는 친구들도 좋아하긴 하는데 집 밖을 나가는 게 너무 힘들어요.
Q. 안녕을 찾는 방법이 있을까요?
정말 재밌는 영화를 보는 거. 근데 그런 영화를 찾는 게 너무 힘드니까 그런 영화를 찾으면 너무 흥분해서 막 인스타에 올리구 그래요! Q. 나무 일원들 안부 묻기 프로젝트 ‘안녕하신가요’ 제안을 받았을 때 드는 생각이 들었나요? 사실 큰 생각은 없었을 것 같지만요.
아침에만 안 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은 했어요. 지금이 그렇게 이른 시간은 아니죠. (그래서) 좋네요! 세경 언니랑 우희 선배님이 하신 걸 봤는데 그냥 편하게 말하게 될 거 같더라구요. Q. 나무와 함께 한 시간들 중 특별히 좋았던 시간이 있을까요?
좋은 거는 사실 그건 거 같아요. 저는 연기 시작 자체를 나무에서 했고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이 회사에만 있으니까 다른 회사를 상상조차 못하거든요. 저에겐 엄마 같은 존재니까요. 사실 저는 잘 모르고 시키는 대로 해요. 회사에 원하는 것도 없고요. '내가 너무 온실 속의 화초인가'하는 생각은 했어요. 근데 그게 행복한 거 같아요. 저는 이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이 너무 당연하고 너무 편해서... 스물한 살에 들어왔거든요 제가. 이제 5년 됐어요 지금. 벌써 5년이 됐네... 시간이 정말 빠른데. 처음부터 생각보다 긴 시간을 함께 하고 있어서 너무 당연해졌고 그게 저는 좋은 거 같아요. Q. 특별히 소중한 사람들을 위로할 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저는... 강아지를 키우라고 하고 싶어요. 반려동물요. 정말 큰 위로가 되거든요. 혹시 강아지들이 저보다 먼저 떠나더라도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기다려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얘기 나누는 내내 특별하고 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 박지현.